얼마 전 시인들끼리 송년 자리에서 술잔 기울이는데 한 후배가, 형은 詩가 커 보였는데 이제는 사람이 더 커 보인다 하길래 원래 크니까 그런 게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고 뿔뿔 헤어져 돌아오며 그 말 곱씹어보는데
갈수록 詩가 시답지 않다는 겐지 아니면 詩가 몸을 몸이 詩를 못 따른다는 겐지 그도 아니면 성장발육 멈춘 지가 하세월인데 느닷없이 더 커 보인다는 건 대체 뭔 소린지, 하는 비틀비틀한 생각으로 지하 주차장에서 계단으로 들어서는데
쿵, 하고 천장 들보에 정수리를 받히고서야 확 깨닫는다
그래 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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