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다시!' 433

다시! 108회 – 여유롭게 늙어가는 삶

1 지난 달부터 시력에 약간 문제가 생겨서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병원을 가야하는데 바쁘기도 하고 돈도 없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결국 동생에게 돈을 빌려서 병원을 찾았습니다.간단한 상담과 시력검사를 할 생각이었는데 병원에서는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각종 검사를 권유하더군요.권유하는 검사를 거절하고 시력검사만 하는데 의사가 아닌 직원이 조금 서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그리고 장시간 대기 후에 의사와의 상담이 있었지만 의사는 앞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노인성 질환에 대한 우려를 늘어놓으며 정기적인 검사만 권유하고는 별다른 진단이나 처방을 내놓지 않았습니다.결국 지금의 안경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하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안경을 새로 맞추기 위해 안경점을 찾았습니다.안경점에서 다시 시력검사를 요..

다시! 107회 – 동물과 나무랑 소통하기

1 감귤나무 전정과 병충해 방제, 영양제 살포까지 다 마치고 한결 여유로워진 날아버지 친구 분을 찾아갔습니다.그 삼춘은 오랫동안 감귤농사를 지어왔고 저희와 같은 품종을 재배하고 있기에해마다 찾아가서 감귤재배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있습니다.심각한 문제부터 사소한 것들까지 시시콜콜 물어보면 언제나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저에게는 큰 의지처이자 스승입니다. 나이가 들어 몸 이곳저곳이 아파와 고달픈 삼춘의 현실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은 후일 년 동안 감귤나무와 씨름해오면서 적어놓았던 문제점들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공부를 했습니다.어떤 문제는 심플하게 해결방안을 얘기해주셨고, 어떤 문제는 제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격려를 해주셨고, 어떤 문제는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어서 도움이 될 만한 다..

다시! 106회 – 외롭지만 편안한 노후를 준비하기

1 태어나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지만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몫이니 스스로 받아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젊고 건강할 때부터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보고, 마음 자세를 가다듬는 훈련이야말로 자연스럽고도 건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길입니다. 일본의 노인요양원 의사로 있는 나카무라 진이치가 쓴 ‘의사를 반성한다’라는 책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잠시 멈췄습니다.그리고 생각해봤습니다.“나는 어떤 죽음을 상상하고 있지?” 가끔 죽음명상을 하면서 저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봅니다.사고나 자살로 생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면허름한 요양원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갈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요양원에서 생을 마친다는 것이 조금 씁쓸하기는 하지만 그 현실도 받아들이기만 하면 그리 비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

다시! 105회 – 봄날의 상념들

1 감귤 수확을 마치고 이곳저곳에 감귤을 선물했습니다.수확한 것을 이렇게 나누노라면 사람에 대한 정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그리고 돌아서서 감귤나무 전정을 시작합니다.하루 종일 나무에 매달려 일을 하고 있으면 이런저런 상념들이 머릿속에 왔다 갔다 합니다. “감귤을 나눠줄 때만 1년에 한 번 연락하는 것도 관계를 유지한다고 할 수 있을까?”“해마다 감귤을 받으면서도 고맙다고 인사 한마디 없는 분도 있는데...”“뭔가를 보내줄 때만 관심을 보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연락 한 번 없는데...” 이 문제는 이 맘 때면 반복해서 저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고민거리입니다.그분들의 요청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제가 보내드리고 싶어서 보낸 건데도뒤돌아서면 제 마음 속에는 이렇게 서운함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겁니다.흐..

다시! 104회 – 웅크린 방안에서 피아노를 치면

1 김혜원씨가 쓴 ‘웅크린 마음이 방안에 있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소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이들과 함께해왔던 경험을 녹여놓은 책이었습니다.이 책에 손이 갔던 이유는 제가 그런 삶을 살았었고, 지금도 반은 ‘은둔형 외톨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에 무수히 널려 있지만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존재들은어느 날 흉악범이 돼서 언론에 나타났을 때에야 세상이 조명을 합니다.그리고 정신병원이나 교도소, 상담소나 재활시설 같은 곳으로 그들을 보내야한다고 난리를 치고는 시간이 지나면 또 관심에서 멀어져버립니다.그런 세상의 비정함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들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그것이 외톨이들의 현실이죠.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상대를 대상화해서 관찰하고 분석하고 진단하..

다시! 103회 – 감사한 마음을 전할 사람이 별로 없네...

1 몸도 마음도 더없이 화사한 요즘제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분들을 모시고조촐한 잔치를 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우스 입구 공터에 테이블과 의자들을 놓고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제철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차려놓고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주와 토속 음료들도 준비하고하우스에 들어가 노랗게 익은 감귤도 구경하며 맛을 보기도 하며제 삶의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을 같이 나누는 잔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봤습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고 많은 도움을 줬던 가족들은 기본이고어릴 때부터 저희 가족들을 많이 아끼고 챙겨주셨던 친척 할머니도 모셔오고수시로 정을 나누면서 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선 듯 나서주는 이웃도 초대하고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오면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외면하지 않았던 형님..

다시! 102회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1 기온이 높아 따뜻하고미세먼지도 없어 깨끗한데다가날씨까지 화창해서 마음이 포근해지는 날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오전에는 포근하게 느껴지던 기온이오후가 되니 꽤 덥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온도계를 봤더니 35도를 가리키고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한여름과 달리 습도가 높지 않고 축척된 열기를 품고 있지 않아서숨 막히는 더위는 아니었지만3월에 예상할 수 있는 온도는 아니었습니다. 다음날 비가 내려서 건조했던 땅을 축축이 적셔주었고영남권의 무시무시하던 산불도 잡혀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며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비온 뒤 쌀쌀해진 날씨에 다시 보일러를 틀어야 했는데간밤에 하우스 열풍기가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열풍기는 0도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기온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였습니다.아침에 일어나..

다시! 101회 – 예쁜이가 사라진 그 자리

1 예쁜이가 사라졌습니다.어느 날 예쁜이 산책을 시켜주려 갔더니예쁜이와 갓 낳은 강아지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예쁜이 집까지 사라진 걸 보니 어딘가로 옮겨진 것 같았습니다.예쁜이가 없어진 그 자리를 지켜보는데 많이 서운하더군요. 나중에 예쁜이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방치되다시피 했던 예쁜이를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심지어 동물학대로 신고까지 들어가는 상황도 있어서사람들 눈이 별로 없는 과수원으로 옮겼다고 합니다.새로운 주인을 만난 건지 그냥 장소만 옮긴 건지는 모르겠지만예쁜이의 이사 소식에 이런저런 걱정들이 생겼습니다. 새끼들이 태어나서 예민한 시기인데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까?그 동안 주위에서 챙겨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곳에서는 누가 챙겨주고 있을까?매일 짧게라도 산책을 해줬었는데 산..

다시! 100회 – 다섯 번째 100회

1 ‘읽는 라디오 다시!’가 100번째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14년 동안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다섯 번째 맞이하는 100회 방송입니다. 첫 시즌인 ‘내가 우스워 보이냐?’는 100회 방송을 끝으로 마무리를 했었는데요그때는 ‘지치다’는 느낌밖에 없었습니다.세상을 향해 뭔가 소리를 내고 싶어서 시작한 방송이었지만세상의 차가운 현실만 확인하고 끝나버렸기 때문입니다.“그래도 100회까지는 해보자”고 이 악물고 버티며 2년 5개월을 버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두 번째 시즌인 ‘들리세요?’의 100회 방송은 공동 진행자였던 꼬마인형과 함께 진행했었습니다.삶의 구렁텅이에서 일어서려는 저를 응원 해주고 질책도 해줬던 꼬마인형 덕분에 조금씩 나아가려고 노력하던 시기였습니다.그때 방송을 다시 보니 꼬마인형이 더 그리워..

다시! 99회 – 누군가의 힘겨움을 바라보며

1 투병일기재활치료는 운동과 마사지 주사 등의 방법으로 한다오늘은 주사치료가 있는 날이었다통증부위 엑스레이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주사를 맞는데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온갖 진상을 다 떨었다재활 교수는 대수롭지 않은 일인듯 자비없이 주사를 놓았다암환자에게는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된다산정특례란 중증질환으로 확진받은 자가 등록절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한 경우 본인부담률을 10%로 경감하는 제도이다그런데나의 경우 림프절전이여부를 검사하느라 림프조직을 떼어낸 후 시작된 통증인데이게 산정특례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아니 왜왜 안 되냐고 따지고 싶지만 기력이 없다오늘 그래서 병원비로 꽤 큰 지출을 한 것이다이 주사는 리도카인염산염수화물,마취제에 해당한다수술한 쪽 팔이 올라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