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다시!' 433

다시! 98회 – 봄이 왔습니다

1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발견한 모습입니다.돼지가 봄맞이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하는 건지남몰래 살짝 빠져나가려다 좁은 틈에 끼인 건지 모르겠지만저 모습을 보니 피씩 웃음이 나왔습니다.버스 안에는 이런 식으로 몇 개의 인형이 걸려있더군요.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삭막한 공간인 이곳에서귀여운 인형을 보며 잠시 마음의 주름을 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시는 분 중에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라면서 기사님에게 인사를 건네는 분들이 있습니다.그런 인사에 기사님들이 답례를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그 목소리를 듣는 제게도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아서 저도 마음속으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곤 합니다.저도 물론 버스를 탈 때면 기사님에게 인사를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버스 안에 있는 누..

다시! 97회 – 저는 ‘제주도에서 감귤농사 지으며 살아가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농부’입니다

1 한때 열풍을 일으켰던 제주 살이 열기가 사그라들고 이제는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경치 좋은 곳에서 욕심 부리지 않고 편하게 장사하며 살겠다고 내려와서 카페, 펜션, 식당 등을 열었던 분들이 많은데, 경기가 나빠지고 관광객이 줄어드니까 버티지를 못하는 겁니다.거기다 부동산 광풍으로 땅값과 집값은 전국 최고수준으로 올라버렸고, 물가도 만만치 않게 비싸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드는 돈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됩니다.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지역이어서 지역공동체가 끈끈한데 이런 공동체는 외지인들에 대해 은근히 배타적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소박하게 살아가려던 꿈을 안고 왔던 사람들은 도시와는 또 다른 고립감에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지요. 중년의 남성분이 “퇴직하고 공기 좋은 이곳에서 감귤농사 지..

다시! 96회 – “정신병자들은 정신병원으로!”

1 대전에서 초등학생이 그 학교 교사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그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은 무자비한 살인마에 대해 거침없이 응징을 해야 한다며 난립니다.그리고 그 살인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우리는 이런 식의 끔찍한 뉴스가 잊을만하면 반복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2012년에는 지하철에서 침을 뱉는 사람에게 뭐라고 한마디 했더니 칼을 들고 그 자리에서 찔러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2018년에는 서울의 어느 pc방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던 이가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하게 살해해버려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2023년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이유 없이 칼로 찔러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서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시내 곳..

다시! 95회 – 모진 추위 뒤에 맞이하는 행복

“예년보다 덜 추운 겨울이 후반으로 접어드는 구나” 하며 마음으로는 조금 섣부르게 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2월의 시작과 함께 매서운 한파가 길게 몰아쳤습니다.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곳에서 하얀 설경을 감상하는 즐거움보다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추위에 진이 빠지는 일주일이었습니다.일주일간의 추위가 절정을 이룬 날영하로 떨어진 기온 때문에 감귤 하우스 안 열풍기는 쉼 없이 굉음을 울려댔고수도는 얼어버려서 물이 안 나오고몸과 마음도 꽁꽁 얼어버린 기분이었는데다음날부터 날씨가 풀려쌓여있던 눈들이 녹기 시작하니제 몸과 마음도 녹아내리더군요.매서웠던 추위가 물러나고쌓여있던 눈들도 다 녹고 나니이미 2월 중순이 되어 있었습니다.3월초에 감자를 시작으로 봄채소들을 심으려면지금부터 밭 만들기를 시작해야 하기에서둘러 밭을 ..

다시! 94회 – 나이 듦의 서글픔과 외로움과 두려움

1 나이 더 들면 서글플 거야서산에 노을처럼 서글플 거야 나이 더 들면 외로울 거야 길 잃은 강아지처럼 외로울 거야 사랑 하는 당신이 곁에 있어도 서럽고 외로울까손 꼭 잡고 놓치지 않아도 길을 잃고 헤매일까 나이 더 들면 무서울 거야돌아가고 싶어도 길이 없으니 사랑하는 당신이 곁에 있어도 서럽고 외로울까손 꼭 잡고 놓치지 않아도 길을 잃고 헤매일까 나이 더 들면 별수 없겠지하나 둘 버리고 사는 수밖에하나 둘 버리고 사는 수밖에  최백호가 만들고 강부자가 부른 ‘나이 더 들면’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서글프고 두려운 것인지를 덤덤하게 얘기하는데아직 그런 나이가 아닌데도 마음이 처연해지는 노래였습니다. 제 나이 사십에 접어들 때 세상에서 버림받아 삶의 구렁텅이에서 발버둥 치며 10년의 ..

다시! 93회 – 추위 속에 어지러웠던 것들을 털어내기

1 긴 연휴가 지났습니다.사실 시골에서 혼자 살아가는 저에게 연휴나 명절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그저 평소와 다름없는 나날인데 외지에 살고 있는 막내 동생이 내려와서 가족모임을 하는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그런데도 이번 연휴기간에는 매서운 추위와 비가 이어져서 방안에 틀어 막혀 지내야 했습니다.그래서 연휴인데도 할 일 없이 방에서 빈둥거리는 모양새가 됐습니다.며칠 동안 하는 일 없이 방에서만 지내다보면 머릿속에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활개를 칩니다.오늘 방송은 그 잡스러운 생각들을 꺼내서 털어버리는 의미로 꾸려볼까 합니다.두 달 가까이 세상의 소리에 눈과 귀를 활짝 열어놓았더니 그에 대한 상념들이 떠나지를 않습니다.추악한 자들의 뻔뻔스러운 기고만장에 대해서는 너무도 많은 얘기들이 넘쳐나고 있지만그에 맞선다는 자..

다시! 92회 – 이 살벌한 세상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면

1 인간들처럼 잘 싸우게 훈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찌되었건 사랑이, 누렁이의 완쾌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랑이, 누렁이 화이팅~~~ ^^저는 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반려동물로 키우시는 분들에게 개는 사람 이상의 그 어떤 의미를 갖는 듯 합니다.- 득명님  사랑씨가 많이 다쳤네요. 잘 생긴 얼굴에 흉터가 지겠네요. 사랑씨나 사랑씨와 같이 사시는 분이나 모두 걱정이 많겠습니다. 빨리 잘 낫기를 바랍니다.- 곰탱이님  지난 방송에서 사랑이가 다쳤다는 소식을 올렸더니 득명님과 곰탱이님이 걱정과 격려의 글을 달아주셨습니다.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이곳이지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이렇게 응원을 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많은 위안이 됩니다.지난 방송에서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얘기했었는..

다시! 91회 – 사랑이가 다쳤습니다

1사랑이가 다쳤습니다.감귤 선과장 예쁜이 곁을 어슬렁거리던 유기견과 싸움이 벌어져서 크게 다치고 말았습니다.상처가 너무 깊어서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자칫 실명을 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시더군요.수의사는 상처를 살피고는 꿰매는 방법과 약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비용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셨습니다.잠시 고민을 하다가 비싸더라도 안전한 게 좋겠다는 생각에 상처를 꿰맸습니다.눈 밑 상처만이 아니라 몸 곳곳에 또 다른 상처들이 많아서 약을 바르고 꿰매기도 했습니다.전신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더군요.상처보호를 위해 목에 보호구까지 착용하고 나니 영락없는 환자입니다.다행이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고 있습니다.수시로 해야 하는 소독도 잘 받아들이..

다시! 90회 – 세상과 연결돼서 부끄럽고 행복한 순간들

1 지금 어떤 방식으로든 거리의 사람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내일이니 미래니, 변화와 혁신이니, 트렌드 리포트니 세대 리포트니 따위를 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길바닥에서 눈 맞고 밤새 앉아 있는 사람들이 바로 트렌드다. 소비자다. 팬덤이다. 대중이다. 세대다. 세상이다.저들이 애써서 얻어낸 결과를 누가 누리는가. 바로 나다. 기성세대다. 중산층이다. 기업인이다. 사업가다. 기득권이다. 우리다.우리야말로 누군가 희생해서 얻어낸 세상의 무임승차자들이다. 87년까지 안가도 된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모두 그렇다. 운동권 싫어하고 노동운동 혐오하고 파업에 욕하고 집회에 짜증내고... 그렇게 살았다.나는 당장 앞으로 내 말과 글이 너무 부끄럽고 위선적일 것 ..

다시! 89회 – 출렁이며 맞이하는 2025년

1 탄핵집회가 열리던 초반에 이곳에서 열리는 집회에 나갔다가그곳에서 느낀 공허함과 이질감 때문에 집회에 나가지 않고 있었습니다.그러던 중 남태령을 비롯해서 곳곳에서 불어오는 연대의 기운에 휩싸인 후광장에서 그 기운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오래간만에 집회에 나갔습니다. 이곳 집회는 토요일인데도 저녁 7시에 열립니다.시골에서는 막차가 비교적 빨리 끊기기 때문에 저녁 7시 집회는 항상 막차 시간을 살피면서 참석해야 합니다.토요일인데 굳이 저녁 7시 집회를 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지만 도시 사는 사람들 중심의 집회여서 어쩔 수 없습니다.집회 시작 전에 도착해서 비교적 앞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집회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좋더군요.초반 집회와 달리 이래저래 준비들도 잘 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