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묘비명 - 안윤길

성민이 2022. 8. 9. 06:05

묘비명

고 박일수 동지 영결식에 부처

 

그대

사슴처럼 순박한 눈망울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가

기타줄에 소줏잔, 인터기업 동료들

이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이제 먼 길 떠나는가

 

50 평생,

딸이 성장하여 출가할 때까지

함께 살아보지 못한

그래서 더욱 서러운

진아의 피눈물을 뒤로하고

영영 먼 길 떠나는가

 

그러나 우린 동지를

이대로는 차마 보낼 수 없어

우리 가슴에다 묻겠네

우리들 가슴 가슴에 이렇게 새기겠네

 

여기 한 하청노동자가

착취로 해가 떠서 착취로 해 저무는

차별로 해가 떠서 차별로 해 저무는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지옥 같은 하청노동자의 현실에

한을 품고

온몸을 불태워 고발하다

 

훗날,

하청이란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 땅에 차별 없는 세상

미포만의 새벽이 밝아오면

그때사 동지를 떠나보내리

 

동지여!

미포만의 하늘에서 늘 지켜보게

박일수 동지여!

 

2004, 4, 9. 안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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