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상념 30

프리다 칼로의 그림과 글을 보다가

‘나, 프리다 칼로’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의 화가인데 여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열여덟 살 때는 교통사고를 당해 평생을 장애와 고통 속에 살아간 여자입니다. 이 책은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과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몇 번 이름만 들어왔던 프리다 칼로였는데, 그림이 독특한 힘을 드러내는 것처럼 그의 편지들도 독특한 냄새를 풍기더군요. 그의 편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아프다’였습니다. ‘아프다’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겨운 그의 숙명적 고통이었습니다. 교통사고 이후 그는 서른 다서 차례나 수술을 받으면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아기를 그렇게도 갖고 싶어 했지만, 세 번의 유산을 경험해야 했고, 그에 따르는 정신적 고통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수 없..

잡다한 상념 2022.04.05

기쁨의 기도

지난 번에 책을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서 성민이는 밀려드는 행복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메일을 보내고 나서 제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가 오고, 오래간만에 통화를 하는 이가 있고, 메일이 오고, 제 글을 올린 블로그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 하나 하나에 정말 즐거웠고 가슴 설레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몇 동지들이 책을 보내주시기 시작했고, 성민이는 세상에서 가장 충만한 기쁨에 빠져들었습니다. 제에게 가장 먼저 배달된 책은 아주 의외의 책이었습니다. 이상한 나라 글씨가 겉봉투에 쓰여 있었는데 영어 비슷하면서도 영어가 아니었습니다. 우표를 보았더니 역시 처음 보는 이상한 나라 우표였습니다. 물론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지금 외국에 있는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그..

잡다한 상념 2022.04.03

성민이 응원해주세요

더운 여름을 어떻게들 지내시고 있나요? 목숨 걸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한량으로 지내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성민이는 재판 받으러 일산으로 올라왔다가 재판이 연기되는 바람에 다시 내려갑니다. 작년 10월말에 종로경찰서로부터 소환장이 온 열 달째인데도 재판은 진행중입니다.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차를 끌어내기 위해 밧줄을 몇 번 잡아당긴 것이 전부인 아주 간단한 사건인데도 진행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에는 검찰이 좀 심하다 싶게 저를 갖고 놀았습니다. 일산경찰서에서 첫 조사를 받을 때는 묵비권을 비롯한 저의 기본적 권리를 행사했습니다. 그랬더니 ‘니가 그렇게 잘 났어?’ 하는 식으로 황당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이 이어졌고, 구가 조사를 한다던 검찰은 연말연초 두 달이 넘도록..

잡다한 상념 2022.03.26

천국이야기

오래간만에 연락을 해봅니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잘 지내시냐는 얘기를 하기가 민망합니다. 이 글을 받아보시는 동지 중에는 수배중인 사람도 있고, 구속 중인 사람도 있는데... 세상을 살다보면 앞에 나가서 싸울 때도 있고, 뒤에 한참 쳐져서 딴 짓하고 있을 때도 있는 법이잖아요. 동지들한테 연락하지도 오래됐고, 슬슬 연락하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나처럼 혼자 조잘거려보려고 합니다. 성민이는 두 달쯤 전부터 제주도 고향집에 내려와 있습니다. 그냥 특별히 하는 것 없이 역시나 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옥 같은 일산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의 생활은 천국입니다. 성민이의 천국에서의 생활을 들어 보실래요? 우리 동네는 제주공항에서 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고내라는 동네입니다. 바다가 무척이나 맑..

잡다한 상념 2022.03.19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방금 집 앞에서 있는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들어오는 길이다. 이 공원은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릴 정도로 커다란데다가 주위 경관도 편안하게 조성돼 있어서 저녁 먹고 산책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조건이다. 여름에는 저녁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사람이 부쩍 줄었다. 덕분에 사람에 치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어서 좋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녁 6시경 저녁 식사를 마친 포만감 속에 음악방송을 들으면서 편안한 호수공원을 거니고 있는 모습이 부럽지? 오늘은 산책을 하면서 엄길정 동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 시간 동안 ‘무슨 내용을 쓸까’하고 행복한 고민 속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집에 들어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고 ..

잡다한 상념 2022.03.12

2007년 연말편지

작년 이맘때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참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그런 행복한 느낌을 가져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만큼 이런저런 성과들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다시 연말이 됐습니다. 올 한해는 ‘참 힘들다’라는 느낌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올 초 울산노동뉴스 활동을 정리하면서 좀 쉬고도 싶었고, 그동안의 성과를 딛고 좀 더 나아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욕심은 생계문제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현실의 벽에 부딪히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울산노동뉴스를 그만두고 나서 몇 군데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하는 욕심도 있었고, 여러 가지 현실..

잡다한 상념 2022.03.06

마흔이 된다는 것

나는 올해 마흔이 됐다. 스물여덟 살에 울산에 내려가서 대공장 현장조직운동을 하면서 참 많은 경험을 했다. 정말로 쓴맛 단맛 다 봤다. 조합주의운동에 몸서리치며 대공장 활동을 정리한 후 지역에서 또 다른 활동을 했다. 역시 힘들고, 재미있고, 화가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과정이었다. 이런 저런 경험도 두루 하고, 실무능력도 어느 정도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들도 무시 못 할 정도로 만들어져 있고,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 영역도 구축해 있는 나이가 되니 판이 보였다. ‘판이 보인다’는 것은 그 속에서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투쟁을 할 수 있는 지를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고비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마련이고 그때마다 내 머리는 뜨거워졌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하고,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들..

잡다한 상념 2022.03.05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방금 집 앞에서 있는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들어오는 길이다. 이 공원은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정도가 걸릴 정도로 커다란데다가 주위 경관도 편안하게 조성돼 있어서 저녁 먹고 산책하기에 그지없이 좋은 조건이다. 여름에는 저녁에 산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사람이 부쩍 줄었다. 덕분에 사람에 치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어서 좋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저녁 6시경 저녁 식사를 마친 포만감 속에 음악방송을 들으면서 편안한 호수공원을 거니고 있는 모습이 부럽지? 오늘은 산책을 하면서 엄길정 동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 시간 동안 ‘무슨 내용을 쓸까’하고 행복한 고민 속에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집에 들어와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타고 ..

잡다한 상념 2022.02.27

나의 30대

지난 10년 동안 주고받았던 편지와 메일들을 찬찬히 읽어 보면서 나의 30대를 돌아봤습니다. 10년 동안 해왔던 크고 작은 투쟁과 여러 고민들을 다시 곱씹어 보는 시간은 고통스러우면서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30살 (1998년) 96년에 현장운동을 하겠다고 울산에 내려와서 울교협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96년~97년 총파업투쟁을 지켜보면서 울산 노동운동의 거대한 힘과 관료화의 우려를 확인했었습니다. 그렇게 외각에서 보낸 3년 만에 현대자동차에 정리해고라는 광풍이 몰아쳤고, 나는 현대자동차 민투위를 통해 처음으로 현장과 결합된 투쟁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울산에서 보낸 10여 년의 활동에서 가장 거대하게 경험한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은 거대 자본의 위력과 대중투쟁의 상상하기 어려운 활력을 몸으로 느끼게 ..

잡다한 상념 2022.02.26

2007년이 밝았습니다.

2007년이 밝았습니다. 우중충한 날씨 속에 시작된 2007년에 머리 속에는 아직도 2006년이 남아 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참 행복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2006년을 보내고 맞이한 2007년. 2007년에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그 행복이 두렵습니다. 행복을 느끼기까지의 고통이 너무 힘겹기 때문입니다. 가슴 졸이고 아파하면서 보냈던 그 시간들이 행복으로 다가오지만, 다시 그렇게 가슴 졸이고 아파하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싫습니다. 우리 엄마가 아프면 동네사람들은 입방아를 찧습니다.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는 안타까워서 이것저것 도와줍니다. 그런데 아픈 엄마 때문에 나는 많이 아픕니다. 그것이 사랑이고 애정이라고 하지만 많이 힘듭..

잡다한 상념 2022.02.20